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대게가 올해를 하루 남겨놓고 있거나 아니면 마지막 날일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는 근무를 하고 있거나 아님 전날 어디 조용한 바닷가라도 가서 사진을 찍고 있거나 집 근처 사우나에 가서 몸을 담구고
떠나가는 한 해를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새해 아침에 나는 새벽녁에 일어나 마감을 하고, 청소를 하고 교대자가 오는 시간에 맞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새해 첫날에 근무를 안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신 올해 마지막 재야의 종소리는 일터에서 듣고 잘지 모른다
망년회?
아주 오래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진 단어들.
대신 새해를 맞이해서는 별다른 감흥없이 한 해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름 변화가 많았던 한해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관두고 새로운 길을 택한 것도 그렇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매일 별보고 출근하고, 해보고 퇴근하는
일상속에 지워져버린 단어들..
술 마시기/노래방 가기/1박2일 여행가기 등등
대신 잠자기 바쁘기/집안 청소하기/제대로 할줄도 모르는 요리 한다고 설쳐대기/고독에 익숙해지기/늙어가는 내 모습 감상하며 체념하기등등이 새로운 단어로 추가되었다.
새로운 일보다 과거를 반추하며 추억을 더듬어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올해부터다.
그렇게 2019년은 이제 내곁으로 떠나간다.
누구에게서나, 누구에게나 복많이 받으라는, 받길 바란다는 단어조차 접하지 않는 낯선 직장생활이 이제 3개월 넘어 접어들면서 나름 많은 생각을 한다.
국민연금 의무 가입대상에서 벗어나기 직전이라 임의 가입을 하던지 말던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나이가 도래햇고, 하루가 1년같이 지나가는
이 흐름대로라면 내년 이맘때에도 나는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을지 모른다.
비가오고/눈이 오고/겨울이 가고/봄이 오고..늘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버둥거렸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 결국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제때문에, 나이먹어서 뽑아주는 데도 없는데 그나마 그 직장이 어디냐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하는 주변의 지인들 속에서 한해가 간다고, 새해가 온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 내 전임자는 내게 이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라고.
더 열심히 해도 알아주는 사람없고, 몸 축난다고 걱정해주는 사람없으니 주어진 월급 범위만큼만 하라고.
맞는 말이다.
직원수만 꽤 되는, 경인 지역에 퍼져있는 다른 주유소 직원들 얼굴도, 이름도 알리가 없고. 관리하는 회사 직원 얼굴 정도만 겨우 아는 입장에서 열심히한다고 일 벌리다가 몸 축나고, 일거리나 만들어서 책잡히는 일을 하면 싫은 소리나 들으니까, 월급도 많이 받는 입장이 아닌 그런 우리, 아니 내 입장에서는 일견 그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다르고, 무엇보다 체절이 다르다보니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안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걸 우리는 성실하다고 인정받는 단어로 대체되기도 한다.
처음엔..그렇게 하려고 했다
뭐 감시카메라가 사방도처에 있기에 그렇기도 하고,어차피 급격하게 늘어나는 월급도 아닌 뻔한 상황에서 카메라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되리라 생각햇다.
딱히 더 열심히 할 것도 없었다.
클레임이 걸리면 손님들의 짜증을 해결해주는 일이 우리 일이니까, 그런 일이 없으면 그냥 하루, 몸은 피곤하지만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고 발생하게 되면 적절한 범위내에서 성질을 죽이고 (이게 참 쉽지가 않다)감정죽인 목소리로 친절하게 응대해서 그들의 짜증을 해결해주고 보내면 되는 거니까.
마감을 하면서.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또 거지같은 내 망상이 되살아 날때면 나는 아래와 같은 글귀를 되새기며 참아내곤 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깨달음)의 세계이니라."
임제스님의 임제록에 나오는 이 구절을 생각하면서 언젠간 다가올 기회가 주어질때까지 열심히 사는 것 말이다.
"어디로 가든지 주인으로 생각하며,적극적인 자세로 행동하면, 그곳에서도 진실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마감하는 방식부터 꼼꼼하게, 팩스를 받아보는 회사 직원들 입장에서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지 않도록 아주 꼼꼼하고 세밀하게 마감서류를 보내주기. 세월이 흘렀다고 다시 루즈해져서 새벽 5시4분이면 일어나는 내 기상패턴을 5시 30분으로 바꾸지 말기 등.
누가 알아주던 말던 그 패턴은 여기 근무하는 동안에는 그대로 유지할 참이다.
새해가 오면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동해안으로 어디로 차를 몰고 가서 일출을 보며 다짐을 한다
올해는 금연을 해야지. 뭐를 해야지.
돌아오는 길에, 아님 작심삼일이면 도로 원위치되는 그런 다짐들을 꼭 그렇게 거창하게 달려가서 해야할까 의문이다.
새해가 되었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나이를 한살 더 먹었을 뿐이다.
주름살이 더 늘고, 이제 어르신이란 단어에 더 친숙해져야 할 시기가 빨라질 뿐이다.
2019년 블로그 포스팅을 할 시간이 오늘이 마지막 같다.
작년 이맘때 느꼈던 내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서 새삼 느낀다.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요란만 떨었구나.
어느 친구분이 말씀하셨듯이 그저 하루 하루 잘 살아내었구나
2020년 어떤 일들이,어떤 인생이 내게 다가올지 모른다.
주어진 현실이 더 고달플 수도 있겠지만 힘들더라도 그래도 살아내야겠다
찾아주시는 몇 몇 귀한 친구분들께도 새해 행복한 일상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