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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고도 19일 저녁!

등짝스매싱 2005 2020. 10. 19. 19:24

 

지구상에서 현 시점 기준으로 누가 가장 게으르냐고 묻는다면 바로 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게으름, 아주 철저한 게으름으로 지난 시간을 보내왔다.

 

무려 180cm나 차지하는 커다란 책상을 멀리한 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간단하게 컵라면 하나로 식사를 하고 포만감에 누그러진 내 육신을 안온하게 관리한다고 바로 퍼져서 2시간 내지 3시간의 쪽잠을 자는 패턴을 반복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간혹.. 식량이 떨어지면 마트에 가서 몆일치 장을 보고, 잠시 편의점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차량을 구경하며 커피 한잔으로 망상에 젖어 머물다가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오후가 지나간다.

 

무언가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랜 시간을 버둥거렸지만 결과는 아무 것도 하는 것 없이 보낸 시간 뿐이다.

 

그렇다고 면도도 안하고, 세수도 안하는 게으름을 애기하는 건 아니다.

 

그냥 무언가를 한다는 것, 글쓰기, 영상 촬영하기, 영화보기 같은 걸 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일할 때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다만, 나이 먹어서 무엇을 한다는 게 이리 힘들 줄은 몰랐다

 

원인은 물론 몸이 힘들어서다.

 

아무리 습관이 되었다 하더라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고 출근하는 교대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집에 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버틸만큼 버텨보고, 잠도 안자고 볼일을 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체력이 딸리는 그런 과정들은 나로 하여금 어디론가 가서 영상촬영을 한다던가, 아님 손 놓았던 소설을 쓴다던가 하는 게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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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긴 방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두 어 달간 공부했던 영상 편집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알듯하고 본격적으로 실천에 들어가고자

나름 운동화 끈을 단단히 여민다.

 

하기 싫었던 운전!

 

무려 10년간 손 놓았던 운전을 다시 하게 될 것 같고, 이를 기화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

 

좋았던, 아니 외로움을 타지 않을 정도로 바빴던, 다시 하라고 하면 엄두가 안날 시간이 분명 나에게 있었다.

 

추운 겨울날에 바닷가에 가서 아무도 봐주지 않는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추운 손 호호 불어가며 보내던 그런 시간들,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혼자 만족하며 써나가던 소설 쓰기 등.

 

이젠 다시 되돌아오기 힘든 시간이지만 그것만이 아닌 또 다른 분야에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도전해 보려고 한다.

 

전에 블로그에 언급한 적이 있는 영상촬영을 하기 위해서 나는 1년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적이 있다.

 

앞으로 9개월!

 

나름 콘텐츠 선정에 고민은 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열정을 다시금 불태워 보고자 이제 준비를 한다.

 

블로그에 왜 포스팅을 안하냐고 누가 물으신다면 대답할 것이 딱 두 가지다.

 

게을러서, 쓸 내용이 없어서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언급하기에는 내 감정은 아무 말라서 더 이상 좋은 글을 쓰기가 힘들다).

 

고독을 이겨나가는 방법을 숱하게 고민하다가 얻은 결론은 한가지다.

 

나는 비록 고독 속에 살다 죽어간 고호 같은 유명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남은 생을 혼자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무언가 나 혼자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점. 하나로 이천 이십년 시월 십구일 저녁을 시작한다는 것. 그것이다.

 

고로 다시 시작한다.